삼성이 애플을 못 따라잡는 이유
시간은 참 빨리 흐른다. 기억하는가? 2년 전 이때를.
다시 말해 한국에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 말이다. 기억을 돕기 위해 덧붙이자면, 한국 언론이 '아이폰, 한국에서도 통할까?,' '아이폰, 너 떨고 있니?,' '토종 웃고, 외산 울고' 같은 헤드라인을 쏟아내던 때 말이다.
한국에서 아이폰이 판매되기 시작한 게 2009년 11월이니, 채 2년이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기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가. 불과 일 년 반 사이에 뒤바뀐 한국 언론의 보도가 이 변화상을 잘 말해 준다.
"한국 IT, 구글의 하청업체 전락 위험"
"삼성전자, 구글 하청업체 된다"
"소프트웨어의 역습… IT 한국에도 올 것이 왔다"
"삼성·LG '소프트웨어 힘 키워라'"
한국 언론은 그동안 뭐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애플·구글 게 섰거라'고 외쳤으나, 잘 서주지 않았던 걸까? '소프트웨어의 역습'? 정보통신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편입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수년 전의 일이다. 필자는 2년 전 '뉴미디어 기획'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던 하드웨어 분야는 급속도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예컨대 휴대폰 산업은 애플이나 구글처럼 소프트웨어 기반업체들의 지배권 밑으로 편입되고 있다. 이제 제대로 된 인터넷 기반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하드웨어 기업은 소프트웨어 업체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세계 최강의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 주식이 올 들어 16퍼센트 하락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삼성과 엘지 등의 하드웨어 업체들이 긴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2009. 9. 1. "트위터 '2등'으로 밀어낸 한국... 뿌듯해?"
한국 정부도 부랴부랴 나섰다. 삼성, 엘지 등의 대기업과 함께 직접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복잡하게 분석할 것도, 장황히 설명할 것도 없다. 조상의 재담을 잠시 빌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남이 장에 간다니 거름 지고 나선다.'
IT 대신 '강바닥 파기'로 고용 창출한다던 정부
이 법석의 주역이 '지식경제부'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정통부의 폐지였다. 이 결정은 물론 "정보통신산업(IT)은 고용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 대통령의 소신에 따른 것이었다. '강바닥 파기'가 21세기 고용 창출 원동력이라 믿는 정부가 만드는 운영체제('명OS'?)에 기대를 품는 게 현명한가?
적어도 두 가지는 기대할 수 있다.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과 상관없이 정부 멋대로 시작할 것이고, 4대강 개발처럼 '임기 내에 마무리한다'며 속전속결로 끝낼 것이다... (이하 원문 링크)